영원을 추구한 신, 바알의 고립된 통치
《원신》 속 바알은 번개 원소를 관장하며, 이나즈마의 집정관으로 오랜 시간 통치한 신이다. 그녀는 격동하는 세상의 변화를 두려워했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 '영원(永遠)'이라는 철학을 선택했다. 그러나 바알이 추구한 영원은 정체된 사회, 폐쇄된 문화, 그리고 억압된 자유를 의미했다. 그녀는 외부 문물을 차단하고, ‘신의 눈’을 회수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까지 이나즈마를 고립시켰으며, 그로 인해 백성들과의 괴리와 내부의 불만이 축적되었다. 이 글에서는 공식 설정에 근거하여 바알의 철학과 정책, 내면의 갈등, 그리고 변화의 계기를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그녀의 통치와 유사한 실존 인물과의 비교를 통해 서사의 깊이를 살펴본다.
마신 전쟁의 생존자이자 이나즈마의 지배자
바알은 마신 전쟁 이후 살아남아 집정관의 자리에 오른 존재로, 티바트 대륙 전체를 관할하는 칠신 중 하나였다. 그녀는 ‘영원’이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신민의 삶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통치했다. 신좌에 오른 후, 외부의 변화로부터 이나즈마를 지키기 위해 통제와 억제를 택했고, 이로 인해 민중과의 유대가 끊어졌다. 바알은 천수각이라는 공간에 자신을 봉인하다시피 하여 명상과 단절을 지속했고, 통치의 일선에는 인형을 내세워 정체된 통치 구조를 유지했다.
영원이라는 이름의 탄압, 천수 백안령과 눈동자 사냥령
공식적으로 시행된 두 가지 법령, ‘천수 백안령’과 ‘눈동자 사냥령’은 바알의 통치 철학을 상징하는 대표적 조치였다. 천수 백안령은 외부 문물 및 인적 교류를 철저히 금지함으로써 이나즈마를 외부로부터 고립시켰고, 눈동자 사냥령은 신민들로부터 ‘신의 눈’을 회수하여 개인의 의지와 선택권마저 빼앗았다. 이는 겉으로는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였으나, 실제로는 변화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로 인해 시민들의 삶은 통제와 억압 속에 갇히게 되었다. 이 시기 바알은 신으로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권능을 행사했으나, 이는 점차 신뢰 상실로 이어졌다.
인형을 통한 통치와 감정의 단절
바알은 스스로의 육신 대신 ‘라이덴 쇼군’이라 불리는 인형을 앞세워 정치를 수행했다. 이 인형은 감정이 배제된 상태로 오직 ‘영원’이라는 명령에만 충실했으며, 시민과의 소통은 철저히 단절되어 있었다. 바알은 내궁에서 명상에 잠기며 세계와 거리를 두었고, 이 통치 체계는 ‘인형 정치’라는 형태로 현실에서 구현되었다. 이는 결국 이나즈마 사회의 정체를 고착화시키고, 백성들로 하여금 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바알은 ‘자유로운 변화’ 대신 ‘안정된 영원’을 택한 대가로, 스스로도 인간과의 정서를 잃어버린 신이 되어갔다.
진정한 영원을 깨닫는 전환점
이나즈마를 방문한 여행자와의 조우는 바알에게 큰 전환점을 가져왔다. 그는 외부 세계와의 대화를 통해, ‘변화 없는 정체’가 진정한 영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과거의 상실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통치 철학은, 실은 백성들의 미래 가능성을 억압하고 있었으며, 바알은 마침내 스스로 내궁에서 나와 백성과 마주하게 된다. 그는 인형 정치 체제를 종료하고, 변화 속에서 중심을 지키는 방식의 ‘새로운 영원’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신의 이상이 인간 사회와 접점을 가지기 시작한 순간이자, 바알이라는 존재의 내적 성숙을 보여주는 결정적 변화였다.
비교 인물: 엘리자베스 1세 – 통제와 개방 사이의 조율자
바알의 통치 방식과 변화의 흐름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Elizabeth I)와 유사하다. 엘리자베스 1세는 혼란한 정치 환경 속에서 절대 권위를 바탕으로 통제력을 행사했으나, 외부 문물과 종교 갈등, 사회 변화에 직면하면서 신중히 개방을 택한 인물이다. 특히 감정과 권위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외적 압박에도 내부 안정성을 유지한 그의 통치는, 바알이 영원의 이상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나간 과정과 닮아 있다. 엘리자베스는 ‘처녀 여왕’으로서 신민들과 거리를 두었으나, 정치적 통찰과 개방성을 통해 국가를 새로운 단계로 이끌었으며, 이는 바알의 고립에서 변화로 이어지는 여정과 닮은 궤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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