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도를 연주하는 검기사, 히실렌스
《붕괴: 스타레일》 속 캐릭터 히실렌스(Hysilens)는 앰포리어스 오크마의 기사단장이자, 파구사의 권속인 세이렌 일족의 마지막 생존자이지만, 전형적인 전사와는 다른 면모를 지녔다. 겉보기에는 6만 명을 홀로 사상자로 만들어버린 무시무시한 무력의 소유자지만, 그녀는 실로 섬세한 감성과 연약한 정신력을 지닌 인물이며, 그 모습은 종종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다. 히실렌스는 단순한 살인 기계가 아니라, 바이올린과 술, 그리고 케리드라에 대한 충성이 결합된 복잡한 존재로서, 앰포리어스 내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한 공주이면서도 가장 비극적인 위치를 점한다. 그녀의 행동은 케리드라의 명령에 따르지만, 그 내면의 고뇌와 회의감만큼은 누구보다 깊다.
세이렌 왕국의 공주, 육지로 떠밀리다
히실렌스는 본래 파구사의 권속인 세이렌 일족의 공주였으며, 본명은 헬렉트라(Helektra)였다. 그녀는 원래 물고기의 형태를 가졌으나 육지에 온 이후로 사람의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세이렌 왕국에서 히실렌스의 무력은 이미 매우 강했으며, 히실렌스만 있어도 세이렌 왕국이 침략받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정도였다. 그러나 검은 물결이 세이렌 일족을 집어삼키자, 세이렌 여왕이 말한 끝나지 않는 연회를 찾아 히실렌스는 육지로 나와 막연히 방황하게 되었다. 세이렌 일족의 가장 아름답고 강한 공주였던 그녀는, 이제 마지막 생존자로서 홀로 남게 되었다.
케리드라와의 만남, 검이 되기로 맹세하다
히실렌스의 실력을 높이 산 케리드라는 그녀에게 연회는 얼마든지 제공할 테니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라고 제안했고, 그렇게 히실렌스는 케리드라를 섬기게 되었다. 케리드라로부터 '글래디오럼 경(비늘의 기사)'이라는 칭호를 하사받은 히실렌스는 여황 케리드라 직속의 오크마 기사단장이 되었다. 황금 전쟁 시기 케리드라와 함께 혼란스러웠던 오크마를 직접 구했으며, 이때 두 사람의 힘으로 황금 전쟁을 끝냈다고도 언급된다. 케리드라가 지도하는 군대의 선봉 전사였던 히실렌스는 무려 혼자서 6만 명의 적을 사상자로 만들어버렸고, 이 때문에 사람들은 히실렌스를 귀신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케리드라가 도시 국가를 정복해 나갈 때 히실렌스는 항상 왕의 머리를 베는 역할을 맡았다.
비늘과 바이올린, 세이렌의 특별한 능력
히실렌스는 세이렌 일족 출신으로 인해 신체 구조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매우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뺨에는 비늘이 있으며, 갈비와 복부 사이가 투명해서 갈비뼈가 보인다. 또한 자세히 보면 복부에서는 물방울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세이렌이라는 이름답게 히실렌스는 노래를 통해서 사람들을 환상에 빠트려 현혹시킬 수 있다. 히실렌스가 환상을 직접 깨는 게 아닌 이상 확실하게 깰 수 있는 방법은 파구사의 신혈 감로를 마시는 것뿐일 정도로 강력한 능력이다. 히실렌스가 들고 있는 쌍검은 바로 바이올린과 활로, 이 바이올린은 스스로 소라와 조개로 만든 것이지만 싸움을 계속하며 날카롭게 변했다. 현이 없어도 소리를 내는 것에 이상이 없으며, 무기만이 아니라 일반 악기로서도 사용해 훌륭한 연주를 선보인다.
연회와 술, 그리고 끝없는 대식
히실렌스는 술과 연회를 좋아하는 파구사의 반신답게 술과 연회를 매우 좋아한다. 특히 술에서는 주량이 단순히 센 것을 넘어서서 말술이며, 동시에 엄청난 대식가이기도 하다. 황금 미궁 레스토랑 이벤트에서 파이논과 마이데이가 승부를 벌이면서 만든 수많은 음식들을 순식간에 처리하면서 더 없냐고 물을 정도였다. 케리드라의 말에 따르면, 히실렌스가 많이 먹는 것으로 져본 적이 없다고 한다. 히실렌스가 좋아하는 것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꿀술을 마시는 것과 바다 속 물거품을 쫓는 것이다. 케리드라는 히실렌스에게 물거품을 모방하는 휴대용 도구인 버블메이커를 선물해주었는데, 히실렌스가 유아용이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물고기 출신이다 보니 고양이를 피하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사이퍼가 참여하는 자리는 일부러 피한다고 한다.
500명의 희생을 목격하다,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이다
개척자가 광력 367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을 때, 히실렌스는 케리드라가 티탄의 시련을 받는 과정을 함께했다. 케리드라는 시련을 통과하기 위해 전장의 지휘를 일부러 엉망으로 해서 아군 측에 대량의 희생자를 내거나, 구실을 만들어서 누군가를 처형하는 식으로 500여 명의 황금의 후예를 희생시켰다. 히실렌스는 케리드라가 고의적으로 수많은 황금의 후예들을 죽게 만들었다는 것을 눈치챘고,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데, 이 이상 피를 더 봐야겠냐'고 비난했다. 케리드라가 더러운 암살을 시켰을 때는 마다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던 히실렌스는 독단적으로 개척자 일행에게 정보를 흘렸고, 케리드라가 500명의 황금의 후예를 제물 삼아 율법의 시련을 통과하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자 처음으로 그녀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반감을 드러냈다.
케리드라를 살해하다, 33,550,336번의 윤회
케리드라는 자신이 본 모든 진실을 밝힌 후 마지막으로 히실렌스에게 자신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거나, 아니면 지금 가지고 있는 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꿰뚫으라고 명했다. 사실상 히실렌스가 자결하거나 케리드라를 죽이라는 이지선다였지만, 케리드라는 노골적으로 후자를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결국 히실렌스는 케리드라에게 치명상을 입혔고, 케리드라는 히실렌스의 검에 찔려 스틱시아의 얕은 바닷물에 쓰러져 사망했다. 이는 33,550,336번째 윤회를 포함한 지금까지의 모든 윤회에서 반복된 비극이었다. 개척자가 처음으로 경험한 윤회를 포함하여, 모든 윤회는 히실렌스가 케리드라를 살해하는 것으로 끝났으며, 결국 히실렌스 스스로는 행방불명되며 둘의 관계는 파국으로 끝난 것으로 추정된다.
1000년의 기다림, 자신에게 건 최면
개척자가 리고스에 의해 1000년 동안 앰포리어스에서 추방되자, 히실렌스는 다른 황금의 후예와 협력하여 개척자가 돌아올 때까지 리고스를 막았다. 케리드라의 시련을 마무리한 후, 히실렌스는 리고스를 창세의 소용돌이에 감금했다. 33,550,337번째 윤회에서 개척자를 1000년 동안 기다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신을 희생해가며 미래로 불꽃을 넘긴 케리드라의 명령이었다. 케리드라는 히실렌스를 위해 연회, 승리, 천외의 바다 등을 약속했지만 정작 히실렌스는 달가워하지 않았다. 파이논처럼 강한 의지가 없는 히실렌스에게 막연한 기다림은 너무 힘든 일이었고, 기다리다 지친 히실렌스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 스틱시아 깊은 곳에서 영원한 연회 속에서 살고 있었다. 결국 개척자가 창세의 소용돌이 앞까지 도착하고 천 년 전에 받았던 감로를 스틱시아 깊은 곳의 비석에 바치자, 히실렌스는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진정 원했던 것, 케리드라 그 자체
케리드라는 기억 물질로나마 히실렌스에게 천외의 바다를 주기 위해 개척자의 기억을 통해 인연경의 풍경을 전해주었다. 히실렌스는 개척자와 함께 리고스를 막아내고 재창기를 성공시킨 후, 혼자 남아 과거 케리드라가 키레네에게 약속한 뭇별 속의 바다, 개척자의 기억 속의 인연경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인연경의 바다를 접한 히실렌스는 자신이 진정 원했던 것은 천외의 바다도, 연회도, 승리도 아닌 곧 케리드라의 존재 그 자체였음을 깨닫고 그녀의 상실을 애도했다. 두 사람의 예언은 히실렌스는 「그대는 세상 경계의 바다에서 정복을 이루고, 파도 소리 속에 영면할 것이다」, 케리드라는 「그대는 파도 소리 속에 영면하고, 세상 경계의 바다에서 정복을 이룰 것이다」로 완전한 대구를 이루었지만, 결국 케리드라만 파도 소리 속에 영면했고 히실렌스는 그녀를 잃은 채로 홀로 남겨졌다.
외강내유의 성격, 정신적으로 연약한 검사
히실렌스는 6만 명을 몰살하거나 케리드라가 지시한 암살을 불만 없이 수행하는 등 살인에 거부감이 없어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외강내유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정신적으로 기댈 곳이 없으면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다른 황금의 후예들이 유별나게 멘탈이 좋은 편이기는 하지만, 이 때문에 케리드라가 히실렌스의 정신력을 과대평가하게 되어 33,550,337번째 윤회 이전에는 계속해서 비극을 반복하게 만들었다. 히실렌스는 케리드라에게 의존적인 성향을 보이며 더러운 암살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마음속으로 회의감을 가져 독단적으로 개척자 일행에게 정보를 흘렸고, 마냥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지는 않았다. 결국 히실렌스는 에버나이트와 함께 황금의 후예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으며, 에버나이트가 잠들면서 사실상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실존 신화 비교: 엘렉트라 콤플렉스 (Electra Complex)
히실렌스의 본명인 헬렉트라는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어원인 그리스 신화의 엘렉트라에서 따왔다. 엘렉트라는 아버지 아가멤논에게 광적으로 집착하여 그의 악행마저 미화하던 인물이다. 다만 히실렌스의 행적은 엘렉트라와는 서로 안티테제 관계에 있다. 엘렉트라가 아버지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했다면, 히실렌스는 케리드라에게 의존적인 성향을 보이며 더러운 암살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마음속으로 회의감을 가져 독단적으로 개척자 일행에게 정보를 흘렸고, 케리드라가 500명의 황금의 후예를 제물 삼아 율법의 시련을 통과하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자 처음으로 그녀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반감을 드러내는 등 마냥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히실렌스가 단순히 케리드라를 따르는 검이 아니라, 자신만의 양심과 고뇌를 가진 복잡한 인물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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