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과 태평 뒤의 현실 감각
《붕괴: 스타레일》의 선주 「나부」 편에서 등장하는 청작은 표면적으로는 게으름과 유쾌함을 앞세운 점술가 캐릭터지만, 서사 전반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보다 현실적이며 의외의 순간에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마작(제원 경옥패)을 사랑하며 근무 중에도 게임을 즐기고, 정식 업무보다는 한직을 선호하는 자세는 방종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극한의 위기 속에서도 적절한 개입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고, 거목 사태나 빙의 사건에서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본문에서는 청작의 스토리 기반 행적과 그의 사고 방식, 서사의 기능을 정리하고, 유사한 삼국지 인물을 대응시켜 분석한다.
농땡이 마작쟁이, 하지만 할 때는 한다
청작은 개척자와의 첫 만남부터 마작에 열중하며 태복사 점술가로서의 태도보다는 한량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업무 중 농땡이를 피우는 것야말로 진정한 가치”라고 주장하며, 일부러 일이 적은 서고로 좌천되어 편히 지내는 삶을 택한다. 그러나 부현의 지시에 따라 개척자 일행을 부현에게 인도하고, 문이 막힌 상황에서는 규정 대신 임기응변으로 문을 여는 등 필요할 때는 확실히 움직인다. 부현조차 그를 “미덥지는 않지만 중요할 때는 곧잘 해내는 인물”이라 평가하며, 의외의 실무 능력을 인정한다.
세양 빙의 사건, 농담 속 진심
‘유원경몽’ 시점에서 청작은 부현에게 빙의된 세양(서염)을 구하기 위한 작전에 자진해서 참여한다. 그는 단순히 상황을 무마하려 하지 않고, 운명론을 주장하는 서염에게 논리적 설득과 비유를 통해 반박한다. 우주를 ‘경옥패 놀이판’에 비유하면서 계산 가능한 전략성과 인간의 선택 사이의 균형을 설명하는 장면은, 농담 같은 어조 속에서도 인간적 가치와 자유의지에 대한 깊은 철학을 보여준다. 이는 운명에 지배당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장난 같은 말 속에도 단단한 신념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창업의 꿈, 농땡이와 현실의 경계
빙의 이후 환상 속에서 청작은 '나부 제옥 기업'이라는 거대한 제원 경옥 대기업의 사장으로 등장하며, 부현마저 부하 직원으로 삼는다. 심지어 랜덤 박스 도입이라는 상술까지 추진하며 진지하게 기업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단순히 웃음을 유도하는 연출이지만, 실제로 청작이 놀이와 농땡이를 단순한 도피가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려는 현실감각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는 농땡이를 즐기면서도 업무는 정시에 마감하고, 인사 불이익을 피하며, 필요 시 임기응변을 발휘한다. 현실과 유희를 구분할 줄 아는 냉철함이 그의 핵심이다.
무책임이 아닌 회피의 기술
성결 관련 서브 퀘스트에서 청작은 기능 오류로 낙심한 성결을 위로하고, 최종적으로 문제 해결을 주도한다. 그는 자기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공을 성결에게 돌리며, 상부와의 연결을 배후에서 돕는다. 이는 청작이 진정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방식으로 타인을 돕고 결과를 이끌어내는 실질적 능력자임을 보여준다. 청작은 승진도 거부하고 인사평가에 관심이 없지만, 언제나 조직이 돌아가야 할 순간에 맞춰 적절히 기능한다. 이는 감정에 솔직하고 충직하지만, 체제와 일정 거리를 두려는 자의 삶의 방식이다.
유사 인물: 삼국지의 ‘장비(張飛)’
청작과 가장 유사한 삼국지 무장은 장비(張飛)다. 장비는 첫인상만 보면 거칠고 직선적인 인물이지만, 실제로는 뛰어난 병법 지식과 인간적인 정이 깊은 장수로 평가된다. 그는 술에 취해 실수를 하기도 하고,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지만, 결정적인 전투에서는 용맹과 지략을 발휘했다. 특히 장비는 위급한 상황에서 제갈량의 책략을 이해하고 실행할 만큼 기민한 판단력과 충직함을 겸비한 인물이었다. 청작 또한 농담과 태평한 태도 속에서 정확한 판단과 인간적 애정을 드러내며, 절대 주목받지 않는 자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장비와 매우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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