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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야기/붕괴:스타레일 캐릭터

붕괴:스타레일 - 이름을 잃고 돌아온 자, 망귀인

by smilecococat 2025. 7. 10.

죽음을 넘어 귀환을 거부한 자

《붕괴: 스타레일》의 인물 망귀인은 선주 「나부」의 사절 정운의 이격 캐릭터로, 단순한 변형체가 아닌 죽음과 부활, 기억 상실과 복수 의지라는 깊은 서사를 안고 재등장한 인물이다. 팬틸리아에게 육체와 이름, 심지어는 삶까지 빼앗겼던 정운은 완·매의 도움으로 되살아났고, 이제는 본래의 이름을 되찾는 대신 스스로를 ‘망귀인(忘歸人)’, 즉 귀환을 잊은 자라 칭한다. 이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선주로 돌아가지 않고 자신의 인생과 존재를 되찾기 위한 투쟁에 나선 의지의 선언이다. 본문에서는 그녀가 겪은 이중 정체성, 실험과 회생의 과정을 살피고, 유사한 역사 인물로 요안나 체카노프스카를 비교하여 그녀의 길 위에 선 사람의 면모를 조명한다.

망귀인
으닝닝

 

팬틸리아의 껍데기, 가짜로 살아야 했던 시간

정운은 선주 나부의 사절로서 개척자와 처음 조우한 인물처럼 보였지만, 그 정체는 불멸의 사도 팬틸리아가 위장한 가짜 정운이었다. 진짜 정운은 파멸의 습격을 받아 죽은 줄 알았으나, 사실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빙의당하고 육신은 팬틸리아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개척 임무 제2막에서 이 사실이 드러나고, 팬틸리아는 정운의 몸을 버리며 떠난다. 진짜 정운은 이때까지 누구와도 만나지 못했으며, 살아남은 뒤조차 자신의 이름과 기억을 되찾지 못하고, 스스로를 망귀인이라 부른다. 이는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는 동시에, 복수를 위한 제2의 삶을 받아들인 상징적 선언이었다.

 

완·매와의 연결, 부활의 실험

망귀인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완·매의 실험 개입 덕분이다. 한 행상이가 “팬틸리아가 이용한 자는 파멸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고, 이에 따라 정운은 회수되어 완·매의 실험실로 옮겨진다. 생사의 경계에 놓인 그녀는 완·매에게 파멸의 낙인과 함께 살아갈 것인지, 그대로 죽을 것인지를 선택받게 되고, 정운은 이를 받아들여 ‘망귀인’으로 되살아난다. 이후 그녀는 신체의 감각이 폭주해 감각 마비 없이는 사고조차 어렵고, 팬틸리아의 영향으로 꼬리와 외형도 변화된다. 생존은 결코 구원이 아니었으며, 고통과 흔적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새로운 정체성의 시작이었다.

 

이름 없는 졸병이 되어 흑막을 향하다

페나코니 편에서 망귀인은 스스로를 장기판 위 졸병, 그리고 흑막을 향한 반격의 도구로 자리매김한다. 그녀는 팬틸리아가 남긴 흔적을 기꺼이 활용하겠다고 말하며, 신의 전쟁에 휘말린 인간이었지만 이제는 신들의 장기판 위에서 스스로 한 수를 두겠다는 결의를 보인다. 이는 기존의 정운이 선주와 상단의 명령에 따르는 존재였다면, 망귀인은 그 어떤 집단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율적 존재로 재탄생했음을 보여준다. 복수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그녀에게서 빼앗긴 ‘인생 일부’를 되찾기 위한 정당한 대가다. 그리고 이 결심은 개척자에게 그녀가 왜 ‘은인님(으닝닝으로 들린다)’이라 부르는지 설명해주는 정서적 연결선이기도 하다.

 

다시 걸어가는 여정, 망귀인의 끝과 시작

망귀인은 페나코니에서 기억과 육체가 분열된 상태로 등장한다. 그녀의 기억은 수십 개로 나뉘어 있었고, 조율을 통해 겨우 하나로 통합된다. 이 과정에서 그녀의 정신은 다시금 팬틸리아 시기의 기억과 접촉하며, 스스로가 아닌 타인이었던 시간조차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팬틸리아는 나였어요. 그건 내 인생의 일부니까요.” 이 말은, 단순히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망각 없이 책임지고 살아가겠다는 각성을 뜻한다. 이후 망귀인은 선주로 돌아가지 않고, 열차팀과 다시 여정을 시작한다. 이제 그녀는 죽음에서 살아온 자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 길을 걷는 자가 된다.

 

유사 인물: 요안나 체카노프스카 (Joanna Czechowska)

망귀인의 서사는 실존 인물 요안나 체카노프스카의 삶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체카노프스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신분을 박탈당하고 강제 수용소에 수감되었지만, 기적적으로 생존한 뒤 다시 자신을 되찾은 인물이다. 그녀는 한동안 가짜 신분으로 살아야 했고, 자신의 기억조차 조작당했던 시기를 지나 자신의 본명과 삶을 되찾기 위해 싸웠다. 망귀인 역시 정운의 이름을 빼앗긴 채 살아남았고, 과거의 자신을 복원하는 대신 새로운 자아로서 복수와 선택의 삶을 시작했다. 둘 다 잃어버린 정체성과 그 회복의 여정, 그리고 그것을 발판삼아 의지를 행동으로 옮긴 여성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