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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야기/붕괴:스타레일 캐릭터

붕괴:스타레일 - 해커 은하 노마드, 은랑의 연산 게임

by smilecococat 2025. 7. 10.

세상을 게임처럼 보는 유랑자, 은랑

《붕괴: 스타레일》의 캐릭터 은랑(銀狼)은 단순한 해커가 아니다. 그녀는 은하계를 게임처럼 여기고, 현실을 디지털 세계처럼 해킹하고 조작하며 살아가는 현실 연산자이자 전략가다. 네온 도시의 뒷골목에서 출발한 그녀는 우연히 지니어스 클럽의 스크루룸을 해킹하려다 패배한 뒤, 그 수치를 계기로 스텔라론 헌터에 합류하게 된다. 이후 페나코니, 헤르타 정거장, 시뮬레이션 우주, 앰포리어스 등에서 계속적으로 후방 지원과 해킹 작전을 수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본문에서는 은랑의 성장 배경과 작중 활동, 해커로서의 철학, 그리고 유사한 역사적 인물인 앨런 튜링과의 비교를 통해 그녀의 복합적 성격을 살펴본다.

 

 

은랑
진성 겜순이

네온 도시에서의 출발과 첫 참패

은랑은 ‘네온 도시’라는 지역의 빈민가에서 자란 인물이다. 돈벌이를 위해 패스트푸드점에 죽치며 생활하던 그녀는, 어느 날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는 것을 계기로 스스로도 도시를 떠나 ‘폐품산’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독립적으로 고난도의 작업을 수행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후 지니어스 클럽의 회원 스크루룸을 해킹하려다 패배하면서 인생의 첫 참패를 경험한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기술 실패가 아니라, 은랑에게 승부와 연산의 세계에서 밀렸다는 자극이 되었고, 그로 인해 스텔라론 헌터의 눈에 띄어 조직에 합류하게 된다.

 

스텔라론 헌터로서의 작전과 해킹 예술

은랑은 카프카, 블레이드와 달리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후방의 정보전과 해킹에 특화된 인물이다. 나부에서는 개척자 일행이 진입할 수 있도록 경로를 열어주고 인증까지 남기며, 페나코니에서는 반디의 흔적을 지우고 스파클에게 자금을 대주며 3회의 죽음을 조작하는 대연극의 각본가로 등장한다. 헤르타 정거장에서는 에테르 테이프를 노리고 스크루룸과 정보전을 벌이며, 시뮬레이션 우주 안에서는 개척자의 시점을 조작하며 현장에 잠입한다. 그녀의 해킹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서 현실을 편집하고 서사를 조종하는 예술에 가깝다.

 

은하계의 게임 마스터, 현실과 픽션의 경계

은랑은 모든 것을 게임처럼 여긴다. 게임 캐릭터 가챠, 에테르 배틀 참여, 그래피티로 남긴 백도어, 심지어 컴퍼니의 사회적 시스템까지도 해킹하며, 현실을 시스템화해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는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정작 게임 내에서는 졌던 경험을 잊지 않고 꿈에서도 에테르 배틀 우승을 떠올릴 만큼 집착하는 면도 있다. 스크루룸에게 속아 허무하게 퇴장할 때도 “에테르 테이프는 복사했으니 나름 성공이야”라고 말하며 실패조차 결과의 일부로 계산한다. 이런 모습은 단순한 유쾌한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을 연산 가능한 것으로 이해하려는 인식론적 태도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감정의 거리두기와 자기 해체의 기술

작중 묘사에 따르면 은랑은 인간관계에 서툴며, 대부분의 ‘친구’는 가상의 존재들이다. 권총 ‘프로메테우스’에는 친구, 마왕, 일꾼, 노예 등 4개의 인격이 존재하며, 이는 은랑 내면의 분열된 자아와 가상 친구의 의존도를 상징한다. 또한 그녀는 스스로의 이름조차 ‘사이버 노마드’라 부르며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를 유동적으로 바꾸는 인물이다. 단순한 해커를 넘어서, 사회에 완전히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시스템을 해킹해 자신의 위치를 재설정하는 자율주체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이는 그녀가 유일하게 생사불문 현상금이 걸린 이유이기도 하다.

 

유사 인물: 앨런 튜링 (Alan Turing)

은랑과 가장 유사한 역사적 인물은 앨런 튜링이다. 튜링은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이자 해커의 원조라 불릴 수 있는 인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하여 전쟁의 판도를 바꿨다. 그는 현실의 문제를 수학적·기계적 언어로 해석하고, 기존 질서를 코드로 분해한 뒤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를 바꾸었다. 튜링이 비정형적 인간관계와 동시대의 편견으로 고통받았듯, 은랑 역시 사회적 소외 속에서도 연산과 시스템 조작을 통해 세상을 통제하려는 이단적 천재의 모습을 공유한다. 둘 다 현실이라는 복잡한 텍스트를 연산 가능한 단위로 환원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계를 조작하려 한 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