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임이야기/원신 캐릭터

원신 - 원신 여행자 아이테르, 다섯 나라를 관통한 외부자의 기록

by smilecococat 2025. 8. 4.

이름을 되찾은 자, 세계를 가로지르는 이방인

《원신》의 중심 인물 중 하나인 아이테르는 플레이어가 선택 가능한 쌍둥이 여행자 중 남성 쪽 주인공으로, 세계를 관찰하며 동생 루미네를 찾는 여정을 이어간다. 그는 이 세계의 질서에 속하지 않는 인물로서, 몬드, 리월, 이나즈마, 수메르, 폰타인 등 각 지역의 위기 속에 개입하면서, 세계의 구조적 모순과 신의 권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아이테르는 이름조차 잃은 채 깨어났지만, 각국의 정치·종교적 변동 속에서 존재감을 증명하며 점차 이 세계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그의 여정은 단순한 모험이 아닌, 신과 인간, 기억과 권력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록이다.

 

 

원신-여행자
왼쪽이 아이테르 오른쪽이 루미네

 

 

몬드에서의 시작, 드발린 정화와 자유의 회복

아이테르의 여정은 몬드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그는 폭주한 바람마룡 드발린을 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벤티(바르바토스)와 협력해 위협을 제거한다. 이는 ‘자유의 도시’라는 몬드의 상징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되며, 시민과 기사단 사이의 신뢰 회복에도 크게 기여한다. 아이테르는 전형적인 이방인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지만, 누구보다 깊숙이 문제에 개입함으로써 내부자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리월과 이나즈마, 신 없는 질서의 실험

리월에서는 암신 종려가 자신이 신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죽음을 연출하고, 그 이후 발생하는 도시의 혼란 속에서 아이테르는 여러 세력과 협력해 조율자 역할을 맡는다. 이는 ‘신 없는 자치’를 향한 전환점이며, 리월 시민이 신 없이도 스스로를 통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나즈마에서는 라이덴 쇼군이 시행한 ‘안건령’에 저항하는 저항군과 함께 행동하며, 아이테르는 독재적 시정을 철폐하고 쇼군이 내면의 균형을 되찾도록 유도한다. 특히 ‘영원’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재고가 이루어지는 지점에서 여행자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수메르와 폰타인, 지식과 정의의 균열

수메르에서는 아카데미아가 ‘지식’을 독점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고, 진정한 지혜의 신 나히다는 감금된 상태였다. 아이테르는 나히다와 접촉해 그녀를 해방하고, 지배 체계를 무너뜨리는 계기를 만든다. 그 결과 수메르는 소신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게 된다.
폰타인에서는 정의의 신이라 알려진 푸리나가 사실은 신의 자리를 대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여행자는 이 사실을 둘러싼 사건에 깊숙이 개입하며, 재판 체계와 신적 권위가 동시에 붕괴되는 전환점을 지켜본다. 이는 세계의 핵심 시스템이 허구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름 없는 존재로서의 관찰과 개입

아이테르는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심지어 특정 지역에서는 그 존재조차 불분명하게 취급된다. 이는 그가 세계의 고정된 규칙 안에 속하지 않는 존재임을 암시한다. 그는 신이 아닌 인간도 아니며, 특정 세력에 소속되지도 않는다. 이방인의 시선은 각 지역의 구조를 새로운 시각에서 들여다보게 하며, 때로는 위기를 조정하고 때로는 체제를 전복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아이테르는 여정을 통해 ‘정체성’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의 경계를 허물고 그 너머의 세계를 인식하게 되는 인물이다.

 

실존 인물 비교: 이븐 바투타 (Ibn Battuta)

아이테르의 여정은 중세 이슬람 세계를 넘나들며 수십 개국을 여행했던 이븐 바투타와 닮아 있다. 이븐 바투타는 통일된 정치나 종교적 소속 없이 다양한 문명을 관찰하고 기록했으며, 기존 질서의 외부자이면서도 내부 사정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아이테르 역시 그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각 지역의 변곡점에 개입하고, 신과 인간, 정의와 기억 사이의 균형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두 인물 모두 세계를 관찰하며 기록하는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그 세계의 일부가 되어간다는 점에서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