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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야기/붕괴:스타레일 세계관

붕괴:스타레일 '공허'의 IX - 끝 없는 심연

by smilecococat 2025. 6. 29.

다가오는 무(無)의 심연

《붕괴: 스타레일》의 세계관 속에서 “공허의 IX”는 가장 신비롭고 위험한 존재 중 하나로 꼽힌다. 그의 이름 IX는 로마 숫자 9에 해당하지만, 게임 내에서는 "익스"로 발음되며, 그 발음조차 무기호처럼 차갑고 무의미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공허를 관장하는 이 에이언즈는 ‘검은 태양’, ‘블랙홀’, ‘사수(死水)’ 등의 이명으로 불리며, 존재 자체가 의식과 존재의 부정이라는 개념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다른 에이언즈들과 달리, IX는 생명이나 문명에 어떠한 관심도 가지지 않고 오히려 다중우주 전체가 본질적으로 공허하고 무가치하다는 철저한 허무주의 신념에 빠져 있으며, 어떤 목적도 이상도 공유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IX는 타 에이언즈와의 교류조차 단절한 채 혼자만의 영향권을 유지한다.

공허의 IX

 

공허의 철학과 존재 방식

IX는 다른 에이언즈와는 명백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에이언즈는 각기 다른 ‘운명의 길’을 대표하면서 우주의 질서를 주도하거나 변혁을 도모하는 존재들이지만, IX는 그 모든 운명마저 거부한다. 심지어 “화합”의 시페조차 그의 이념만큼은 용납하지 못할 정도로, IX의 사상은 극단적인 무(無) 그 자체이다. 그는 다가오는 어둠처럼 은밀하고 확실하게 영향을 퍼뜨린다. 공식 스토리 내에서 IX는 직접적인 악행을 벌이기보다는, 존재 자체로 우주의 법칙을 침식시키며, 개체의 기억, 인지, 감각을 무력화시켜 버린다. 그가 머무는 공간에서는 생명체가 의미를 잃고, 존재의 이유를 잊으며, 사라져 간다. 시뮬레이션 우주에서 IX와 접촉한 개척자는 그 영향으로 추방되는 연출을 겪는데, 이는 단순한 기믹이 아니라 IX의 실질적인 공포를 보여주는 장치이다.

 

공허의 영향력

IX의 영향권에 들어선 존재는 대부분 ‘자멸자’가 되며, 점차 인지 능력을 상실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소멸한다. 자멸자 중 극소수는 IX의 영향을 견뎌내며 ‘공허의 사도’로 불리는 존재가 된다. 대표적으로 아케론은 IX에게 침식당한 행성에서 끝까지 저항하다 결국 사도로 전락했고, 그 후 세상을 떠돌며 자멸자들을 수습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아케론은 미각, 기억력 등의 감각을 상실했으며, 자신의 존재조차 흐릿해지고 있다. 이처럼 IX의 사도는 단순히 강한 힘을 얻은 존재가 아니라, 무(無) 속에서 파괴와 의미의 경계를 떠도는 자들이다. IX가 의도적으로 그들을 사도로 만든다는 근거는 없지만, 공허의 힘은 그의 의지와 무관하게 타 존재를 침식시키는 성질을 지닌다. 이는 그 어떤 사상보다도 치명적인 위험성을 지니며, 나누크 이상의 파괴력을 간직한 채 우주를 위협하고 있다.

 

IX와 혼돈의 의사, 그리고 공허에 맞서는 이들

IX의 영향에 맞서기 위한 집단도 존재한다. ‘혼돈의 의사’는 자멸자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공허에 맞서 생명을 지키고 우주의 정신적 균형을 회복하려 한다. 이들은 에이언즈의 일원이면서도 IX를 적대하며, 스타피스 컴퍼니와 협력해 공허로 인한 피해를 치료하기도 한다. 혼돈의 의사 중 하나인 모용은 정신 치료를 전문으로 하며, 은하열차 라디오를 통해 공허와 맞서는 의지를 드러낸다. 그러나 그들이 사용하는 약물은 언제나 부작용을 동반하며, 절대적인 해답은 되지 못한다. 또한, IX는 ‘제IX 기관’이라는 정체불명의 조직과도 연관되어 있으며, 이는 ‘원시박사’라는 인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X는 결코 에이언즈 간의 대결 구도 속에서 단순한 한 축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우주의 균형을 위협하는 이질적 존재로, 공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IX의 진정한 위협: 사라짐과 무(無)의 미학

IX가 끼치는 위협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다. 그는 생명의 의미를 제거하고, 시간과 기억, 감정을 없애며 존재를 ‘잊힘’이라는 개념으로 밀어 넣는다. 이로 인해 IX의 영향권 안에서는 어떤 서사도 성립하지 않으며, 심지어 개척자마저도 존재의 이유를 흔들리게 만든다. 게임 내 연출에서 블랙홀처럼 나타나 두 행성을 한순간에 삼켜버리는 모습은 IX가 단순한 개념 이상의 실체임을 드러낸다. 또한 IX는 다른 운명의 길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며, 반대로 다른 존재들을 무의식적으로 잠식해버리는 특성을 지녔다. 그의 존재는 바로 '무(無)'의 미학이며, 존재의 끝이다. 그는 어떠한 목적도 계획도 없이 다가온다. 그래서 더욱 두렵고, 더욱 압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