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억을 간직하는 자, 에이언즈 후리
《붕괴: 스타레일》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에이언즈 ‘후리(Fuli the Remembrance)’는 우주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기억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신격체다. 운명의 길 「기억」을 맡고 있는 후리는 단순한 저장의 개념을 넘어, 존재의 본질과 역사를 그 자체로 품고 있는 고차원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시간은 근면한 도둑이고, 기억은 잊힌 유실물 창고”라는 말처럼, 후리는 모든 생명의 과거를 중립적으로 기록하며 편애나 증오 없이 기억을 보관한다. 그는 우주의 기억을 정리하는 거대한 강이자, 그 흐름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떼로 형상화되며, 『별무리 기행 PV』에서는 개척자에게 "마지막으로 너의 육신으로 세계를 가늠하고, 그 모든 걸 마음에 아로새겨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러한 표현은 후리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기억을 매개로 세계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열쇠라는 점을 시사한다.
기억이라는 운명과 후리의 기원
에이언즈 후리는 구체적인 생성 시점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곤충 떼 재난’과 ‘탐식의 우로보로스’가 별들을 집어삼키던 시대의 종언 이후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수한 문명과 생명이 사라지는 비극을 목격하며, 이 기억들을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한 새로운 운명의 길로서 「기억」이 형성된 것이다. 그 중심에 있는 존재가 바로 후리다. 현재 《붕괴: 스타레일》의 시간축인 2158 앰버 기원을 기준으로 볼 때, 후리는 약 13만 년 이상 전부터 존재해온 것으로 추정되며, 에이언즈 중에서도 고대에 속하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역할은 단순한 관찰을 넘어 기억을 물질화하거나, 잊힌 존재조차 다시 불러오는 ‘구현’의 차원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으며, 이는 후리가 세계관 내에서 매우 중요한 에이언즈임을 시사한다.
개척자와 앰포리어스에서의 만남
후리는 제4장 ‘앰포리어스’ 편에서 개척자와 직접적인 접점을 형성한다. 앰포리어스는 ‘기억의 장막’으로 덮인 고립된 세계로, 심지어 은하열차조차 관측하지 못하는 행성이다. 이곳은 블랙스완의 유도 아래 방문하게 되며, 후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억의 정원’이 개척 임무의 주요 축으로 작동한다. 이야기 전개 중 개척자는 죽음을 맞이하지만, 후리의 개입으로 인해 기억의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이 상태는 일정 기간 내 생명을 회복하지 못하면 진짜 죽음으로 이어지는 위태로운 경계선이다. 후리는 이처럼 기억을 이용해 생명의 상태를 보존하거나 전환할 수 있는 존재로 기능하며, 단순히 과거를 저장하는 에이언즈가 아니라 기억을 통해 현실을 조작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존재임이 강조된다.
기억의 정원과 후리의 영향력
후리는 ‘기억의 정원(Garden of Recollection)’이라는 파벌을 이끄는 중심 존재이며, 해당 파벌은 기억의 수집과 재현을 목표로 한다. 이들은 물리적 육체를 포기한 채, 기억의 밈 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며, 블랙스완과 같은 주요 인물들이 이에 속해 있다. 기억의 정원은 과거의 기억을 재현함으로써 꿈의 진실을 파훼하거나, 개척자의 성장을 돕는 등 간접적으로 스토리 전개에 깊이 관여한다. 인게임 콘텐츠인 ‘망각의 정원’은 후리가 개척자의 기억을 탐색하고 성장시킨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후리가 단순히 선의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개척자의 특별한 기억을 탐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련의 교환 관계를 보여준다. 이처럼 후리는 비록 온건한 태도를 보이지만, 그 목적과 방식은 에이언즈로서의 전능성과 이질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구조로 설정되어 있다.
후리의 권능과 시각적 표현
공식 설정상 후리의 능력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지만, 그의 시선 하나만으로도 죽은 존재가 기억의 형태로 되살아나는 장면이 확인된다. 시뮬레이션 우주에서도 후리는 개척자에게 아키비리의 과거를 일부 보여주는 등, 기억의 구현 능력을 시사하고 있다. 또 후리의 등장 장면에서는 화면에 서리가 끼는 등 시각적 연출을 통해 ‘기억=얼음’이라는 상징이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이는 후리의 시선이 차갑고 무정한 것처럼 느껴지는 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며, 기억이라는 운명이 지닌 냉정함과 보편성을 반영한다. 후리의 영향력은 단순히 과거의 수집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과 세계의 구조를 구성하는 데까지 미치며, 이는 기억이라는 운명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세계 그 자체’라는 철학적 개념으로 확장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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