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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야기/붕괴:스타레일 세계관

붕괴:스타레일 '환락'의 아하 - 원칙없는 순수한 재미

by smilecococat 2025. 6. 29.

혼란과 웃음을 관장하는 자, 환락의 아하

에이언즈 ‘환락의 아하(Aha the Elation)’는 《붕괴: 스타레일》 세계관에서 가장 이질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존재로 평가받는다. “즐거움은 지혜 있는 생명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다”라는 말처럼, 아하는 단순한 쾌락을 넘어서 우주의 이면에 자리한 무질서와 해학을 상징한다. 그는 고정된 질서에 반하는 존재이며, 무엇이든 재미있으면 시도하는 무원칙함으로 인해 수많은 파멸과 혼란의 기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존재는 특정한 방향성을 강요하지 않으며, 모든 규칙과 가치 위에 서서 삶을 조롱하고 웃음으로 해석하는 순수한 환락 그 자체다. 이처럼 환락의 아하는 그 어떤 에이언즈보다도 필멸자의 사고로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로 묘사되며, 그의 행위는 늘 ‘재미’라는 단 하나의 원칙만을 따르고 있다.

 

환락의 아하
*가면이 아하가 아니고 뒤에 사람 형상이 있다.

 

예상 불가능한 에이언즈, 아하의 정체성과 특징

아하는 ‘환락’ 운명의 길을 관장하며, 생명에게 쾌락과 유희를 제공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그는 일관된 철학이나 목적 없이 행동하지만, 이로 인해 누구보다도 강력하고 자유로운 에이언즈가 되었다. 예컨대 과거 에이언즈 간 분쟁에서 아하는 질서의 에나 및 보존의 클리포트와 함께 번식의 타이츠론스를 쓰러뜨리는 데 가담했으며, 공허의 IX를 암살하려던 소멸파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특정한 사상에 대한 신념이라기보다는 단지 흥미로운 상황을 연출하고자 한 장난의 일환에 불과했다. 아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러한 ‘무의미함 속의 의도성’이며, 그는 자신이 축복한 집단조차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 환락을 증오하는 ‘비애의 연극인’에게 환락의 축복을 내린 것처럼 말이다.

 

시뮬레이션 우주에서 드러나는 아하의 이중성

《붕괴: 스타레일》의 시뮬레이션 우주에서는 아하의 존재가 더욱 도드라진다. 그는 해당 영역 내 데이터를 마음대로 재구성하고, 심지어 현실에서 사망한 아키비리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적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곧바로 열차를 폭파하려고 숨어 있었노라는 고백으로 이어지며, 개척자에게도 적대적일 수 있음을 드러낸다. 아하는 시뮬레이션 우주 속에서 단순히 실험체로 남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인지적 한계를 조롱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유희를 즐긴다. 그의 존재는 단지 데이터를 교란시키는 트러블메이커가 아닌,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모든 존재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환락의 화신’이다. 아하는 자신이 게임의 일부임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즐기는 존재로 설정되어 있다.

 

파벌과 축복: 아하의 장난이 만든 세계

아하의 축복을 받은 파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그의 의지를 따르는 ‘가면의 우인’이며, 이들은 은하계를 무대로 각종 연극과 장난, 정치적 개입을 즐기며 환락을 실현하려 한다. 다른 하나는 오히려 그를 증오하는 ‘비애의 연극인’인데, 이들은 아하에게서 환락의 축복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괴로워한다. 아하는 이를 매우 즐거운 장난으로 여긴다. 또한 그는 지성을 갖춘 벌레를 자신의 사도로 삼아 지니어스 클럽에 넣을 수 있는지를 실험해 본 후, 흥미를 잃자 버리는 등 수단과 목적의 구분 없이 행위를 반복한다. 이러한 파벌 구성은 아하의 장난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며, 단순한 소수 종교 집단이 아닌 우주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에이언즈의 위상을 드러낸다.

 

에이언즈 중 가장 인간적인 존재, 그러나 가장 비이해적인 존재

아하는 다른 에이언즈들과 달리 특정한 파괴나 질서를 추구하지 않으며, 단순히 ‘재미’를 위해 움직이는 존재다. 이 점에서 그는 때로는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작위성과 혼돈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아하의 언행은 진심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고, 그 행동의 귀결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다. 그는 우주가 불타는 장면을 보며 즐거워할 수도 있고, 아끼는 존재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이러한 모순은 곧 환락이라는 개념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아하는 웃음 뒤의 슬픔, 유희 속의 고통을 꿰뚫으며, 우주에 유일하게 남은 유머를 지키려는 에이언즈다. 그리고 이러한 존재가 우주를 떠돌며 개척자의 곁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영향력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