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스타레일 '풍요'의 약사 - 선악은 누가 정하는가

생명과 영원의 양극성 – 풍요의 약사란 누구인가

《붕괴: 스타레일》의 세계관에서 에이언즈 ‘풍요의 약사(Yaoshi)’는 생명과 치유, 불로불사의 이상을 실현하는 신적 존재이자, 역설적으로 가장 위험한 축복을 베푸는 존재로 묘사된다. 그녀는 운명의 길 「풍요」를 관장하며 ‘중생의 양육자’, ‘낙원의 신’이라 불리지만, 동시에 ‘역병 재앙신’이라는 적대적 칭호도 지닌다. 약사는 어떠한 기도도 거절하지 않으며, 죽음과 쇠퇴를 감내할 수 없는 자들에게 생명의 축복을 거침없이 나눠준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무분별한 생명의 확장은 단순한 치유를 넘어 파괴로 이어지기도 한다. 선주 연맹이 겪은 비극과 마각화 현상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약사는 절대적인 자비와 동시에 불가피한 재앙의 본질을 함께 지닌, 우주에서 가장 모순적인 에이언즈 중 하나로 평가된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중성적이다.

 

풍요의 축복이 부른 재앙 – 선주 연맹과의 관계

약사는 항행 2600년 무렵, 선주 나부와 접촉하며 장수종인 선주인들에게 풍요의 축복을 내렸다. 이로 인해 선주 사회는 급속도로 불로불사의 이상에 가까워졌으나, 결과적으로는 ‘마각화’라는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 마각화란 오랜 세월 감정과 기억이 누적되며 자아가 붕괴하는 현상으로, 약사 자체가 이를 유도한 것은 아니지만, 축복을 받은 장수종의 수명이 한계를 초월하면서 이 현상이 촉진되었다. 이에 따라 선주 연맹은 약사의 가호를 악마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전면적인 금지 조치를 내렸다. 나부는 약사를 숭배하던 ‘풍요의 백성’을 탄압하고, 에이언즈 란의 개입으로 이들에 대한 진압이 이루어졌다. 이 사건은 약사가 직접 악의를 품은 것이 아닌, 결과적으로 초래된 혼란이었다는 점에서 '선량한 악신'이라는 평가를 가능케 한다. 생명을 증진하려는 의도가 되려 파괴를 낳았다는 이 모순은 약사의 존재 의의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던진다.

 

풍요의 이념을 따르는 존재들

약사를 따르는 이들은 ‘풍요의 백성’으로 불리며, 대표적으로 보리인이 존재한다. 보리인은 약사의 가호를 받아 강력한 신체 능력과 치유력을 얻었지만, 동시에 야수성에 가까운 성향을 지니게 되어 우주 전역에서 약탈과 포획을 일삼는 존재로 알려졌다. 이들은 다른 세계를 침범해 식량 및 노예로 삼으며 약사의 명성을 떨어뜨리는 데 기여하였다. 또한 약사의 사도 중 하나인 ‘나찰’은 불로불사라는 이상을 전파하지만, 약사의 축복이 생명 그 자체를 부패시키는 이중성을 지닌 탓에 ‘나찰’처럼 약사의 파멸을 바라는 인물들도 존재한다. 이는 약사의 가호가 받는 자에 따라 전혀 상반된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상징하며, 그녀의 이념이 무조건적인 선으로 기능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생명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풍요의 백성의 행보가 증명하고 있다.

 

우주적 존재로서의 영향력 – 에이언즈 간의 위상 비교

약사는 단일 에이언즈로는 가장 넓은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 중 하나다. 수많은 문명과 생명체가 그녀의 가호를 갈망하고 있으며, 시뮬레이션 우주를 포함한 다양한 우주적 계층에서 그녀는 생명의 수호자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에이언즈 중 약사를 가장 극단적으로 적대하는 존재는 수렵의 란이다. 수렵의 란은 풍요의 확산이 생태계의 균형을 붕괴시킨다고 판단하고, 풍요의 백성을 지속적으로 토벌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요 파벌은 그 수가 많고 널리 퍼져 있어 수천 년간 견고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약사의 사망이나 흡수 없이 이 세력을 무너뜨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에이언즈 내부에서도 약사는 아하나 IX처럼 자의적 개입이나 침식을 행하지 않고, 오직 요청한 자에게만 축복을 내리는 특이한 태도를 보인다. 이는 그녀의 본질이 악의가 아닌 자비에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