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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야기/붕괴:스타레일 캐릭터

붕괴:스타레일 - 케빈 VS 파이논

by smilecococat 2025. 7. 3.

케빈과 파이논, 영웅의 궤적이 교차하는 순간

《붕괴: 스타레일》의 앰포리어스 지역에서 중심 인물로 활약하는 파이논은, 등장부터 강력한 존재감으로 개척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백발과 푸른 눈, 비현실적인 외형은 단순한 캐릭터 보기엔 무리가 있을 만큼 서사적으로 비중이 크며, ‘불을 쫓는 여정’이라는 명확한 이정표 아래 영웅으로서의 길을 걷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 파이논의 외형과 성격, 그리고 목소리를 담당한 성우가 《붕괴3rd》의 핵심 인물인 ‘케빈 카스라나’와 같다는 점이다. 외형적인 닮음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인류의 구원을 도모한다는 주제 역시 두 인물 사이에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글에서는 케빈 카스라나와 파이논이라는 두 인물의 설정을 공식 문서에 기반하여 비교함으로써, 이 유사성이 단순한 우연인지 아니면 동일 제작사의 의도적인 연출인지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파이논
'카오스라나'라는 이름으로 각성하게 되는데 이름도 비슷하다.
케빈 카스라나
붕괴3rd 케빈 카스라나

 

 

영웅의 기원: 두 인물의 출발점 비교

케빈 카스라나는 《붕괴3rd》의 구문명 시기 인물로, 융합 전사이자 성흔 계획의 실질적 실행자다. 인류를 붕괴로부터 구하기 위해 감정조차 억제한 채 차가운 사명을 짊어지며 싸워왔다. 반면 파이논은 앰포리어스의 황금 후예로, 불을 쫓는 여정 속에서 '기억의 정원'과 재창기라는 시간의 굴레를 넘나드는 존재로 묘사된다. 파이논의 출발점은 어린 시절 고향 엘리사이 에데스의 멸망이다. 당시 그는 소꿉친구 키레네를 눈앞에서 잃는 비극을 겪으며, 영웅이란 이름과 구원에 대한 강박을 내면화하게 된다. 이 점에서 두 인물은 모두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고 선택한 사명’으로 영웅의 길에 접어든 공통점을 갖는다.

 

사명의 무게와 희생의 방식

케빈은 성흔 계획을 위해 인류의 절반을 희생시키는 선택을 감행했고, 그 과정에서 동료와 후계자들과 갈등하며 자신이 괴물이 되어야 할 운명을 받아들였다. 파이논 또한 비슷한 딜레마에 맞닥뜨린다. 그는 앰포리어스를 지키기 위해 불을 훔치는 자와 싸우는 와중에, 결국 자신이 불을 훔치는 자, 즉 미래의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3000만 회에 걸친 윤회 끝에 파이논은 ‘파멸의 힘으로 파멸에 대항하는 자’가 되기 위해 절멸대군의 일원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 두 인물 모두 인류를 위해 자신을 ‘파괴자’로 희생하며, 타인에게 이해받기 힘든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

 

외형과 연출의 평행성

외형적으로도 두 인물은 닮아 있다. 백은발과 푸른 눈, 그리고 전투 시 발현되는 초월적인 형태는 각자의 작품 속에서 ‘신성’에 가까운 비주얼을 완성한다. 파이논이 최종 막에서 드러내는 무기와 후광 연출은, 붕괴3rd에서 브라마의 힘을 해방한 ‘구원의 케빈’과 매우 유사한 연출 구조를 띤다. 이외에도 히노 사토시라는 동일 성우가 두 캐릭터를 연기하며, 연기 톤과 감정선의 절제 방식마저 닮아 있는 점은, 제작진이 파이논을 단순한 신규 인물이 아닌 ‘케빈을 재해석한 새로운 신화’로 의도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 설정이 암시하는 범주 안에서의 유사성으로, 두 인물은 세계관적으로 연결된 바는 없다.

 

운명의 완성과 새로운 윤회의 상징

케빈은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신이 되는 것을 거부하며 스스로 '영웅'의 무게를 짊어진 자로 퇴장했고, 파이논은 절멸대군과의 싸움 끝에 나누크의 영역에 도달, 결국 소멸 후 아이언툼에 흡수된다. 그러나 이 결말이 패배로만 읽히진 않는다. 케빈은 종언의 시간을 늦추는 데 성공했고, 파이논 역시 파멸을 막기 위한 ‘희생의 불꽃’으로 기능했다. 이처럼 두 인물은 각기 다른 세계관에서 '윤회를 끝낸 자'로 묘사되며, 다음 세대의 진정한 영웅이 등장할 수 있도록 길을 비워주는 존재가 된다. 둘 모두 인류의 끝자락에서 “무거운 운명을 스스로 짊어졌던 고독한 선구자”였다는 점에서, 제작사의 일관된 서사 연출이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