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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야기/붕괴:스타레일 캐릭터

붕괴:스타레일 - 실험체에서 닌자로, 진실을 꿰뚫는 자 ‘라파’의 행로

by smilecococat 2025. 7. 26.

괴짜의 탈을 쓴 ‘진심의 인식자’

《붕괴: 스타레일》의 캐릭터 라파는 겉보기에는 괴상한 닌자 코스프레를 즐기는 유쾌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인류의 본질을 꿰뚫는 깊은 통찰과 상처가 공존하는 복합적 존재다. 갤럭시 레인저 소속의 허수 속성 5성 캐릭터로, 과거 ‘원시 박사’의 실험체였던 라파는 기억의 단편마다 실험의 고통, 배신, 그리고 생존을 위한 자기기만을 간직하고 있다. 겉으로는 ‘소인’, ‘닌자’, ‘법첩’이라는 허구의 말을 사용하며 현실을 왜곡하지만, 실상은 남들보다 훨씬 더 냉철한 현실 인식을 가진 인물이다. 라파는 설정 내내 가볍고 코믹한 언동을 유지하지만, 이는 생존과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필사적인 전략임을 공식 서사는 분명히 보여준다.

붕괴:스타레일 - 라파

 

 

인류 퇴화를 꾀한 과거: 실험체 AK-A-3의 기원

라파의 기원은 ‘회귀 실험’을 통해 인류를 퇴화시키려 했던 ‘원시 박사’의 계획에서 출발한다. 그는 수많은 유전자를 조합하여 만든 ‘신인류’를 실험체로 삼았고, 라파는 그중 하나로 탄생한 존재였다. 코드네임 AK-A-3으로 불리던 라파는 어릴 때부터 온갖 유전자 조작, 감각 실험, 약물 투여에 시달리며 인류의 진보를 되돌리려는 비윤리적 계획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라파는 정신 붕괴를 막기 위해 ‘밈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이 바이러스는 닌자에 대한 집착적 인식을 그녀의 사고 체계에 심었다. 라파의 언어와 행동, 세계관 인식은 이 바이러스에 기인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녀는 그 속에서도 자기 인식과 이성적 판단을 유지하고 있었다.

 

쿠차 대사와의 관계: 거짓과 진실 사이의 유일한 연결고리

라파가 ‘닌자’라는 인격을 받아들이게 된 계기에는 실험소 연구원이자 사실상 양부였던 ‘쿠차 대사’의 존재가 크다. 그는 실패작으로 취급받던 라파를 구출하며, ‘쿠차’라는 가명을 쓰고 닌자라는 허구의 개념을 그녀에게 주입했다. 라파는 이 허구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며 닌자적 삶을 살아가지만, 공식 설정에 따르면 그녀는 이미 어릴 때부터 자신이 단지 실험체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차 대사의 온기와 유일한 인간적 애정은 라파에게 삶의 동력이 되었으며, 이는 후에 갤럭시 레인저에 합류하게 되는 전환점이 된다. 라파는 쿠차 대사가 완전한 선인은 아님을 인지했지만, 그에게 마지막까지 ‘사랑받은 존재’로 남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밈 속의 진실: 왜곡된 인식과 뛰어난 통찰

라파는 겉으로 보기에 언어 사용과 사고 체계가 뒤틀려 있어 비논리적인 인물처럼 보인다. 그녀는 사람을 ‘닌자’, 부트힐을 ‘수라 전하’, 개척자를 ‘야구 방망이 닌자’, 원시 박사를 ‘원숭이 통치자·사닌’ 등으로 부르며, 대부분의 사물과 개념을 닌자 어휘로 대체한다. 이는 밈 바이러스의 영향이며, 그녀 스스로도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유지하는 일종의 심리적 방어기제다. 실제 스토리 내에서는 이 왜곡된 인식 속에서도 라파가 논리적인 판단과 명확한 인과관계를 유지하며, 전략적으로 상대를 분석하고 움직이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이는 라파가 밈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 ‘이중의식자’로서 작중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갤럭시 레인저로서의 역할과 서사의 확장

갤럭시 레인저의 일원으로 등장하는 라파는 자신을 ‘닌자·레인저’로 칭하며 은하계의 악을 사멸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그녀가 쫓는 ‘원숭이 통치자·사닌’, 즉 원시 박사는 과거 자신을 실험체로 만든 원흉이자 철저한 복수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 복수심조차 라파는 ‘의로운 닌자의 길’이라는 자기 인식을 통해 승화시키고 있다. 라파는 부트힐과 동료 관계이며, 개척자와도 유쾌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다양한 상황에서 닌자적 접근 방식—스텔스, 신속함, 기습—을 활용해 전략적으로 행동한다. 그녀의 모든 말과 행동은 닌자 밈에 의해 코딩되어 있지만, 그 속에는 항상 정확한 목적성과 타인을 위한 선택이 담겨 있다.

 

밀그램 실험의 반기를 든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라파의 서사는 심리적 실험의 희생자이자, 왜곡된 현실에서 자아를 재건한 인물로, 스탠퍼드 감옥 실험을 이끈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와 대비해볼 수 있다. 짐바르도는 인간이 권위와 환경 속에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고, 결국 실험 자체의 윤리적 문제로 인해 비판을 받았다. 라파는 이처럼 인간의 통제 실험 아래 태어나 윤리 없이 조작된 존재지만, 실험의 트라우마를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새로운 인격과 삶의 철학을 세워 나간다. 짐바르도가 실험 중지 이후 인간의 존엄과 책임에 대해 경고한 것처럼, 라파 또한 밈 속에 가려진 진실을 꿰뚫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존재다. 이는 그녀가 ‘실험체의 끝’이 아닌 ‘자기 서사의 시작’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은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