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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야기/붕괴:스타레일 캐릭터

붕괴:스타레일 - 허구의 사냥개, 진실을 품은 거짓말쟁이 갤러거

by smilecococat 2025. 7. 26.

거짓으로 진실을 지키려 한 자, 갤러거

《붕괴: 스타레일》 페나코니 개척 임무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갤러거는 등장 초반에는 따뜻한 보안관이자 정의로운 인물로 그려졌으나, 이야기의 끝에서는 신비의 에이언즈 ‘미토스’를 추종하는 허구 역사학자이자 연쇄살인의 진범으로 정체가 밝혀진다. 그러나 그가 벌인 살인은 단순한 악의가 아닌, 무너져가는 꿈세계의 붕괴를 막기 위한 극단적 처방이었으며, 스스로의 실체마저 허구로 재구성한 자아희생의 결정체였다. 갤러거의 서사는 거짓과 진실, 허구와 현실의 경계에서 스스로를 소모하며 신념을 관철하려는 인물의 고통과 결단을 보여준다. 단순한 악역이 아닌, ‘사냥개’로서 주인을 지키기 위한 그의 마지막 행동은 허구를 통해 현실을 구하려는 가장 역설적인 희생이었다.

붕괴:스타레일 - 갤러거

 

 

허구의 외피 아래 숨겨진 진정한 정체

갤러거는 사냥개 가문의 보안관으로 등장하며, 개척자와 열차팀에게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이는 그가 ‘가족’이라 불리는 페나코니 내 권력체계에 침투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격이었다. 그의 신체는 페나코니 사람 52명의 특징을 조합하여 구성된 완전한 허구이며, 실제 정체는 신비의 에이언즈 ‘미토스’를 따르는 허구 역사학자다. 극 중에서 그는 ‘가족’이 만들어낸 ‘좋은 꿈’이 실상은 통제된 환상이며, 그 꿈이 페나코니 전체를 붕괴시키고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막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특히 ‘죽음’의 영역 밈을 다루는 장면은 그가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암시하며, 시계공과 함께 꿈세계를 설계했던 존재로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깊은 연계성을 지닌다.

 

연쇄살인과 반전의 구조: 스스로를 벗겨낸 자

페나코니 개척 임무 2막에서 갤러거는 연쇄살인의 범인으로 밝혀진다. 반디, 로빈의 죽음 뒤에는 갤러거가 있었으며, 그는 ‘모든 것은 운명의 농간’이라는 한마디와 함께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 장면은 단순한 반전이 아니라, 갤러거라는 인물이 ‘허구를 통해서만 진실을 전달할 수 있다’는 미토스적 사상에 철저히 물든 존재임을 상징한다. 진실은 언제나 왜곡되며, 허구라는 틀 속에서만 다수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그의 판단은 페나코니의 꿈을 유지하기 위한 필사의 결단으로 이어졌다. 그는 스스로를 ‘가짜’로 만들고, 페나코니 사람들의 기억을 짜깁기해 자신이라는 존재를 창조했고, 결국 허구의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서서히 소멸하는 운명을 받아들인다.

 

시계공의 유산과 최후의 사냥개

갤러거는 단순한 가짜 인간이 아니라, 시계공 미하일과 함께 과거 꿈세계를 건설했던 설계자 중 하나였다. 시계공의 ‘사냥개’로서 그는 미하일이 죽고 꿈세계가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허구의 몸을 구성하고 등장한 것이다. 엔딩에서 그는 열차팀에게 진실을 알리고, 미하일이 남긴 ‘꿈방울’을 함께 확인하며 유언과 같은 건배를 남긴다. 이후 시계공 곁에 놓인 검은 개 석상은 갤러거의 실체를 상징하며, 그가 결국 허구를 버리고 소멸했음을 암시한다. 갤러거는 신비의 추종자이지만, 무질서와 파괴를 즐기는 것이 아닌, 오히려 구조와 개입을 통해 ‘완벽하지 않은 내일’을 구하려 한 인물이었다. 그는 신비의 명분을 따라 행동했지만 그 근저에는 확고한 책임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선 철학자

갤러거는 단순한 역할을 가진 NPC가 아니라, 《붕괴: 스타레일》 내에서도 보기 드물게 철학적 존재론을 구현하는 인물이다. 그는 꿈과 현실, 진실과 허구,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으며, 자기 정체성을 허구화함으로써 진실을 전달하려 했다. 그는 스스로가 사라지는 것을 알면서도 ‘거짓으로 진실을 말하는’ 방법을 택했다. 갤러거가 보여주는 행동의 모든 목적은 페나코니의 꿈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막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자유롭고 자율적인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허구 역사학자라는 위치는 곧 진실을 조작하는 자가 아닌, 그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을 소모하는 자로서 재해석된다.

 

장 자크 루소 (Jean-Jacques Rousseau)

갤러거의 서사는 계몽과 혼란, 진실과 허구의 경계에 선 철학자 루소의 삶과 유사한 면이 많다. 루소는 문명화된 사회가 인간의 본성을 왜곡한다고 보았으며, ‘자연 상태로 돌아가라’는 급진적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갤러거가 꿈세계의 인위적인 질서를 깨뜨리고 ‘진정한 혼란 속의 자유’를 회복하고자 한 행위와 맥을 같이 한다. 루소 또한 당대의 철학자들과 대립하며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그의 사상은 훗날 혁명과 근대 사회의 기초가 되었다. 갤러거 역시 페나코니를 위기로 몰아넣는 인물처럼 보였으나,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구하기 위해 모든 진실을 감수한 존재였다. 그는 신념과 모순을 동시에 품은, 허구의 철학자였다.